톨비밀레]백일몽

마비노기 2015. 12. 24. 01:41

 

 

 

반쯤 커미션 작업물... 션님께서 제게 노면사포 신부가발을 내려주셨어요 저는 자유로운 밀레시안이에요...

본문에 등장하는 밀레시안은 시연(@0103029_n)님의 밀레시안 첼입니다.

 

 

 

 

 

 

'마비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드연성] 무제  (0) 2015.12.30
[밀레아르(?)] 설원  (0) 2015.12.27
편히 눕지 못할 자들-下-  (0) 2015.12.05
편히 눕지 못할 자들-上-  (0) 2015.12.05
모든 것은 연민에서 시작됐다  (0) 2015.11.27
Posted by 마바
,

 

 

 

레이스칼님(@mabi_skarl)님의 커미션으로 작업한 톨비쉬x아벨린입니다.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전문 공개 또한 허락해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Posted by 마바
,

 

 

 

오래된 종이의 냄새는 먼지가 풍기는 것과 닮아 있다. 책이 나이를 먹어 부스러져 될 것이 먼지뿐이니 어쩌면 책과 먼지는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느지막한 오후의 햇살이 덥힌 공기 중으로 텁텁한 향이 떠다녔다. 그는 그 냄새 못지않게 텁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나인. 부탁이 있어.”

 

고지식한 그 남자는 말을 잇기 전에 허락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분위기만큼이나 무거운 표정과 시선이 무척 곧았다. 곧은 데다 무거운 건 부서지기도 쉬운 법이라, 드르륵 의자 끌리는 소리만으로도 손쉽게 금이 갔다. 나는 그가 내 대답에 당황할 것을 알았다.

 

차 마시자.”

…….”

좋은 과자가 생겼어. 다과회야. 어때?”

 

가만히 그 시선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그는 곧 당황을 가라앉혔다. 단칼에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각오 정도는 하고 왔을 것이다. 교섭 내지는 설득의 여지가 주어지자 그는 빠르게 침착해졌다. 그래, 운을 떼더니 그의 표정 어딘가가 무너져 내렸다. 균형이 무너진 얼굴에서 조금씩 무언가 새어나오려 했기에, 나는 몸을 돌려 과자를 꺼내러 갔다. 나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티파티, 다과회에 으레 기대하기 마련인 부드러운 분위기는 없었다. 그와 나, 마주앉은 인원이 우리 둘이라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 사이에는 많은 사건이 있었고 오랜 반목이 있었다. 믿음이 있었고 배신 또한 있었으며 말로 다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우리 사이에는 있었다. 그 하나하나가 모두 저마다의 무게를 지닌 탓에 그는 짓눌린 입을 쉽게 열지 못했다. 나는 좀 더 기다릴까 하다가 마음을 고쳤다. 종종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이가 있었다. 방해받느니 일찍 끝낼 것이다.

 

그래서, 부탁이라는 게 뭐야?”

 

나는 그의 용건을 짐작하면서도 물었고, 그 또한 내가 제 속내를 짐작했다는 걸 알 것이다. 때문에 그는 무척 침착하려 애썼다.

 

학생회장을 맡아줘. 너밖에 없다, 오나인.”

 

나는 시선을 내리깔고 대답을 지체했다. 고민하는 것처럼 보일까? 그러나 그의 용건을 짐작한 그 순간 이미 결론은 내려져 있었다. 나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었다. 아무 맛도 없는, 뜨겁기만 한 맹물이었다.

 

거절하겠어.”

오나인.”

차 다 마셨지? 돌아가.”

 

아직 채 김이 다 식지 않은 찻물과 그 누구도 손대지 않은 과자. 이렇게 금세 쫓아낼 거면 왜 자리를 권한 거냐고 물을 법도 하건만 그는 입을 다문 채였다. 알고 있다. 그 자리에는 내가 최선이라는 것을, 아니 나 외에는 그 누구도 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나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나를 설득할 수 없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향해 몸을 돌렸다.

 

나인아.”

 

한 순간 멈칫 몸이 굳는 것까지 내 마음대로 자제할 수는 없었다. 이미 뒤돌아 있는 게 다행이었다. 이미 해가 바뀌어 과거에 지나지 않는 일, 과거일 뿐인 감정의 잔여물에 불과하다. 나는 떨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할 수 있었다.

 

돌아가.”

 

세 호흡이 지나고, 크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지난 후에, 의자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공기를 깼다. 그는 키가 큰 편이었다. 무거운 발소리가 느리게 입구를 향했다. 달칵, 조금 긴 망설임. 걸어 나가는 발소리와 뒤이은 문 닫히는 소리가 무척 오랫동안 건물을 울렸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뒤로 돌았다. 찻잔 두 개에서 피어오르던 김이 한풀 꺾여 있었다. 그 누구도 손대지 않은 과자접시, 반도 비워지지 않은 찻잔, 그리고 내가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차향 사이로 먼지냄새가 다시 나기 시작한다. 낡은 책은 먼지가 된다.

 

이 감정도, 이미 먼지나 다름없었다.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COS_02  (0) 2016.09.29
맹세의 새벽 02/조사로그1  (0) 2016.07.29
맹세의 새벽]01  (0) 2016.07.27
[맹세의 새벽] 베레니체 로건  (0) 2016.07.16
맹세의새벽  (0) 2016.07.03
Posted by 마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