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시안+펜아르 음... 전 좋아하는데 음... 네... 누구 나랑 같이 이거 먹어줬으면 좋겠다
눈은 소리를 먹는다. 때문에 발레스 근처는 얼음을 깨부수는 자이언트 전사들만 아니면 무척 고요한 곳이었다. 그러나 눈이 채 다 먹어치우지도 못할 쾌활함을 흩뿌리는 자이언트들도 이미 오랫동안 발걸음하지 않은 덕에, 나이 먹은 눈은 어린 눈들을 머리에 이고 아주 긴 시간 잠들 수 있었다. 그대로 소리를 먹으며, 쌓인 눈은 얼음이 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꿈은 산산이 부서져 조각조각 빛으로 날았다. 눈밭은 헤집어지고, 상처 입은 끝에 짓밟히길 반복했다. 피가 뿌려졌다. 더운 김이 피어올라 늙은 눈은 녹아 사라지고 말았다. 얼음의 꿈이 녹았다.
펜아르는 어깨를 크게 들썩였다. 그의 까만 눈에 깃든 희열이 번들거렸다. 한낮의 설원은 태양빛뿐만 아니라 눈밭에 반사되는 것까지 합해 무척 밝다. 그 위에 두 발로 선 검은 인랑人狼은 무척 도드라졌다. 사난사는 검을 들어 그를 겨눴다. 몇 합 만에 찾아온 짧은 휴식이었다. 둘의 어깨가 맞춘 듯 같은 박자로 오르내렸다.
“……그대는 참 나쁜 적이오.”
말과는 달리 사난사는 무척 상쾌한 표정이었다. 인랑은 송곳니를 드러냈다. 맹수는 그렇게 웃는다. 그는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말을 입에 담는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적이면 적이지, 나쁜 적은 뭐냐.”
“좋은 상대는 나쁜 적이지. 베어버리기에 아깝지 않겠소.”
호탕한 웃음소리가 얼어붙은 강을 흔들었다. 그는 한참이나 웃더니 박수를 쳤다. 저 멀리서 그 모습을 서커스의 광대 둘이라도 감상하는 듯한 브릴루엔은 이미 두 호인의 머릿속에서 지워진지 오래였다.
“사난사. 너를 만난 것은 내 인생에 두 번째로 가는 행운이다.”
“고마운 말이로군. 나도 그대 같은 무인을 만나 기쁘오.”
도무지 그를 향해 살기를 뻗을 수가 없었다. 그와 자웅을 겨룰 마지막 기회임을 잘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잡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가 적이 아니었더라면 좋은 대련 상대가 되었을 텐데. 하다못해 어느 지하 던전에서 만난 한 마리 늑대였더라면 좋은 벗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의를 알고 우직했으며, 은혜를 알았다. 난사는 그 중 마지막을 가장 높은 가치로 쳤으나 정작 그 둘이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를 만난이래, 난사는 머릿속 한켠으로 늘 그 사실을 안타까이 여겼다.
“펜아르!”
그 한 가지가 미치도록 아쉬웠다. 난사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검을 고쳐 잡았다. 마지막이어야 할 대련이다. 검 끝의 망설임은 일부러라도 죽여 없애야 한다. 비단 그녀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었다.
“나는 당신 인생의 제일 가는 행운을 죽이러 가오.”
느슨해졌던 공기가 점차, 빠르게 팽팽해졌다. 펜아르는 자세를 낮추며 몸집을 부풀렸다. 아래로 늘어뜨렸던 열 개의 손톱이 다시금 그녀를 향한다. 난사는 숨을 들이쉬었다. 머금고, 참았다. 제 심장소리가 귓가에 울리기 시작했다. 아쉽기 그지없는 마음은 조금 전의 선언과 함께 내뱉어서 버렸다. 난사는 펜아르 또한 그랬기를 바랬다. 마지막일 결투라면 둘 중 하나의 목숨도 이 곳에서 끝나야 했다. 그도, 그녀도 무엇 하나 단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휘느니 부러지고 말 이들끼리의 결착이란 그런 법이었다.
그 이상 오가는 말은 없었다. 잡아당기는 이가 둘이라 빠르게 팽팽해진 공기는 임계점에 도달하여 터지듯 끊어졌다. 내뻗는 발, 휘둘러진 검 끝에 다시금 눈밭이 헤쳐진다. 늙은 눈의 얼음 꿈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눈이 먹을 것이라고는 브릴루엔이 여보란 듯 늘어지게 하품하는 소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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