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비밀레....에 엘시까지(???) 엘시 호감도를 잘못 설정한 듯한 기분이 드는데 쓰다보니 5렙이 된 것 같으니 아무래도 좋은 것(?)
엘시 조아해... 개인적인 주밀레 설정이 들어가 있어 일반적인 밀레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엘시 외의 조원은 임무 나갔다는 설정(글에 미처 표현하지 못함)
엘시는 거칠어진 호흡을 골랐다. 심호흡 몇 번에 들썩이던 어깨가 진정되어, 아이는 타고난 재능에 몸을 맡겼다. 내지르고, 몸을 뒤틀어 세 번 돌려 찬 뒤, 땅에 두 발이 닿자마자 공중으로 몸을 날린다. 그 일련의 동작이 물 흐르듯 매끄러워야 한다고 했다. 다른 무기를 사용할 때보다 세 배는 긴 집중력을 요하는 무기인 만큼, 격투는 수련에 주의를 요했다. 아이는 나이 답지 않은 집중력으로 주어진 과제들을 해내었다. 그 과정들은 이미 수도 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 길고 길었던 수련에도 끝은 찾아왔다. 마지막 회차를 끝낸 엘시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얼굴을 훔치며 돌아섰다. 그러다 깜짝 놀라 숨을 들이쉬었다. 한쪽 구석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훈련 사항을 조곤조곤 일러주고 다른 조원을 보러 갔던, 엘시가 소속된 벨테인 특별조의 조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었다. 너무 조용해서 다시 온 줄도 모르고 훈련에 매진했던 모양이다. 아이는 놀란 가슴에 손을 얹고 한숨을 내쉬었다. 훈련이 끝나길 기다리시는 걸까? 그렇다면 보고를 해야지. 아이는 한 걸음 내딛고서야 그녀가 잠들어 있는 것을 알았다. 훈련장 구석에 쌓아둔 상자에 등을 기댄 밀레시안은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떨구어진 고개며 한쪽으로 모아 앉은 다리, 무릎에서 떨어진 모양으로 나뒹구는 손 등이 무척 불편해 보이기 이를 데가 없었다. 실핏줄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얇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었다. 어떡하지, 고민하는 아이의 곁으로 철컥, 쇠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아이는 또다시 펄쩍 뛰었다.
“쉿.”
갑자기 나타난 그 어른은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진지한 얼굴로 입술 앞에 손가락을 세워들었다. 엘시는 덜덜 떨며 뒤로 물러났다. 누군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다. 그리고 모르는 어른은 무섭다. 아이는 저도 모르게 너클 낀 주먹을 꾹 쥐었다.
“놀라게 했구나. 미안하다. 그래도 조용히 해주겠니? 깨우고 싶지 않구나.”
아이의 조장님처럼 상냥한 말씨였지만 쉽사리 경계를 풀 수가 없었다. 엘시의 파란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며 장대한 어른의 모습을 훑었다. 반듯이 챙겨 입은 갑옷, 한참이나 고개를 들어야 보이기 시작하는 턱선. 그 위로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는 입매와 코, 노을빛에 환히 빛나는 곱슬머리 금발……. 엘시는 다음 순간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아이는 그 나이 특유의 예리함으로 그 푸른 눈동자에 감추어진 서늘함을 알아챘다. 이길 수 없는 건 무섭다. 잔뜩 힘이 들어갔던 엘시의 여린 주먹에서 빠르게 힘이 빠져나갔다.
그 어른이 발을 움직이는 게 보였다. 조금 전 들었던 쇳소리가 거짓말인 것처럼 거의 소리가 나지 않았다. 어떻게 움직여야 저런 무거운 갑옷을 입은 채로 이렇게 조용할 수 있지? 아이는 그 어른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그를 조금도 눈치 채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럼 조금 전 들었던 쇳소리는 일부러 낸 걸까? 엘시는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그의 발, 무릎, 점차 위로 솟던 시선이 다시 아래로 떨구어졌다. 그가 한쪽 무릎을 꿇어앉았기 때문이다. 그 무릎 앞에는 아이의 조장이 잠든 채 앉아 있었다.
“언제부터 잠들어 계셨니?”
여인의 잠을 깨우지 않으려는 낮은 목소리가 하는 질문에 저항할 힘 같은 건 아직 엘시에게 없었다. 아이는 덜덜 떨며 겨우 겨우 목소리를 짜냈다.
“자, 잘…… 몰라요……. 저…… 저는, 전…… 훈련을…….”
“그래, 지켜보다 잠드셨구나. 혹시 언제쯤 환생 하셨는지 아니?”
“네, 네? 저, 저는…… 잘…….”
“그래……. 훈련은 잘 받았니?”
엘시는 머뭇머뭇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며 그제야 알았다. 그 무서운 어른은 그녀 앞에 무릎 꿇은 뒤로 한 번도 엘시를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손을 들어 잠든 이의 얼굴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몇 가닥을 잡아 넘겼다. 그 행위는 무척 조심스럽고도 거리낌이 없었다.
“일단 쉬렴. 조장님은 내가 모셔가마. 수고했다.”
그는 말을 끝마치며 손을 뻗었다. 불안하게 꺾인 고개, 턱에 손이 닿는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제 어깨에 얹었다. 왜소한 어깨를 감싸 조심스레 안아서는 다른 팔로는 흰 치마 속 접힌 무릎 아래를 받쳤다. 그대로 들어 올리려던 참이었다.
크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났다. 그는 행동을 멈췄다. 이윽고 내내 감겨 있던 눈꺼풀 아래 녹색 눈동자가 반쯤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아래 말라붙은 작은 입술이 열렸을 때, 엘시는 뱃속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톨…….”
“쉬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도 그 모습은 무척 강렬하게 기억되었다. 저물어가는 노을 속에서 그 남자는 여인의 잠이 깨면 그녀가 사라질 거라 믿는 사람 같았다. 그는 고개를 한껏 숙였다. 그의 뺨이 여인의 이마에 닿았다.
저 사람은 놓아주지 않을 거야. 엘시는 깨달음과도 같은 그 한 문장에 치를 떨었다. 아이는 치맛자락을 꼭 움켜쥐었다.
“쉬이…….”
그 나직한 허밍에 여인은 조금씩, 조금씩 다시 눈을 감았다. 미간에 작은 주름이 잡혀 있었다. 감기는 눈과 반대로 바닥으로 늘어져 있던 앙상한 손이 천천히 위로 솟았다. 잠에 취해 잠시 허공을 헤매던 그 손은 남자의 흉갑에 닿아 손톱을 세웠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조금 더 더듬어 위로 올라, 그 틈새를 꽉 움켜쥐었다. 엘시는 알아듣지 못할 그녀의 웅얼거림이 그 남자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작게 속삭였다. 엘시는 그의 입술 지척에 조장님의 귓바퀴가 자리한다는 사실이 점점 더 싫어지고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그 한 마디에 서서히 그녀의 얼굴에 평안이 되돌아왔다. 그러나 그의 갑옷을 움켜진 손은 그대로였다. 남자는 조금 더 지체하더니 그녀가 도로 완전히 잠에 빠져들었다는 확신을 얻자 몸을 일으켰다. 참 오랜만에 그의 눈이 엘시를 찾았다. 통보는 조금 전 이미 했다. 그는 말없이 눈으로 인사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 걸음이 곧게 조장님에게 배정된 숙소를 향하고 있었다. 엘시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아이는 다시 주먹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몸을 뒤틀어 세 번 돌려 찬 뒤, 땅에 두 발이 닿자마자 공중으로 몸을 날린다. 바닥에 등부터 떨어진 뒤 곧바로 몸을 솟구쳐 다음 동작을 준비한다. 아이는 이를 악다물고 있었다. 무척 화가 나 있었다. 해가 완전히 져버린 하늘이 완연한 검은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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