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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전력 주제가 독이던데여... 전력은 아니고... 쓰고 싶으면 써야겠기에 썼습니다 주밀레 사난사... 등장인물 카즈윈... 이름 협찬에 에레원 여왕님(?)
난사는 눈앞에 놓인 술잔을 응시했다. 김이 피어오르는 더운 술이었다. 이 에린에도 술을 덥혀 마시는 풍습, 또 그런 종류의 술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곧잘 마시던 와인과 비슷한 붉은색이었으나 아마 쓰이는 포도가 다른 품종일 것이다. 난사는 즐겨 마시던 엘리네드로 빚을 수 있는 와인의 종류를 헤아렸다. 이전 에레원이 와인이 맛보고 싶다고 입술을 비죽이던 게 생각났다. 아무리 여왕이라지만 아직 몸이 덜 자랐으니 되도록 후일로 미뤘으면 한다고 정색하자 그녀는 저를 어린애 취급한다며 펄펄 뛸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가 금방 가라앉았다. 사과도 빠르게 하던, 아주 착한 아이였다. 이리 될 줄 알았다면 한 잔쯤은 같이 마셔볼 것을.
난사는 술잔을 집어 들었다. 몇 번 손목을 퉁기자 잔속에 붉은 소용돌이가 피어났다. 난사는 그 소용돌이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밀레시안에게 독이라는 게 얼마나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소.”
마주 앉은 사내는 대답이 없다. 난사는 그의 몫까지 주절거리기로 했다. 술자리에 이야기꽃은 더할 나위 없는 안주였으므로.
“재량껏 날 속여 먹이라는 명령이었을 텐데, 왜 하필 더운 술이오? 차갑게 내왔더라면 모를 뻔 했소. 미미한 독내로군. 이건 나더러 알아채라는 뜻이오, 카즈윈?”
할 말까지 아끼는 사내는 아닌데도 그는 말이 없었다. 하기야, 괜한 변명보다는 이 편이 나았다. 난사는 대비하던, 그리고 각오하던 일이 현실로 닥쳤음을 인정했다. 마음은 편안했다. 제게 독을 내민 것이 개중 가장 신뢰하던 카즈윈이라는 사실은 무척 썼지만 그 이상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그는 변명도, 속입수도, 사죄도, 그 무엇도 않을 것이다.
“내가 도망치면 당신은 어떻게 되지?”
“그렇게는 두지 않아.”
“그럼 당신은 내게 죽을 생각이오?”
그는 도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죽을 생각까지는 아니어도 기사생명을 끝낼 각오 정도는 하고 왔을 터다. 난사가 카즈윈을 신뢰하는 만큼 그도 그녀를 신뢰하고 있었으므로, 서로 적당히 짜고 치는 연극은 불가능할 것이다. 카즈윈에게는 이 모든 것이 성전聖戰의 일환이었고 그것은 난사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의 힘을 받은 이래 그녀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에린을 수호해왔다. 아튼 시미니의 뜻과 나란하던 그 길이 이제 막 교차하는 모양이었다. 둘 중 하나는 이후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난사는 돌리며 놀던 잔을 도로 상에 내려놓았다. 피어오르던 김도 한 풀 꺾이고 손안의 온기가 기분 나쁘게 미적지근했다.
“기사단은 무슨 생각이오?”
“당신을 적대하겠지.”
“당신은?”
“……나도 기사단의 일원이야.”
“그렇지. 그럼 당신도 나를 적대하겠군.”
“……그래.”
“난 싫소.”
마주앉은 이래 그가 처음으로 시선을 마주쳤다. 굳게 다문 입술 옆으로 턱에 힘이 들어간 게 아주 잘 보였다. 저처럼 당황하는 얼굴은 꼭 두 번째로 보는 것이다. 난사는 슬쩍 웃었다.
“자네가 준 술을 내 어찌 거절하겠나.”
카즈윈이 그 말뜻을 완전히 이해하기도 전에 난사는 술을 한 번에 들이켰다. 적당히 식은 술은 막힘없이 그녀 입 안으로 사라졌다. 카즈윈이 의자를 넘어뜨릴 기세로 일어나기도 전에 투명한 빈 잔이 도로 상에 내려섰다. 독을 비워낸 잔은 빠른 속도로 차갑게 식었다.
“사난사!”
과연 밀레시안을 상대로 써볼 법한 효과를 지닌 독이었다. 난사는 상을 짚고 상체를 지탱했다. 시야가 까맣게, 혹은 하얗게 물든다. 마음대로 호흡할 수가 없었다. 뱃속에서 치미는 불덩이 하나를 애써 삼키고, 난사는 입을 열었다. 이미 입가가 피투성이가 된 줄은 그녀만 몰랐다.
“너무…… 마음 쓰지 마시게.”
의식이 멀어진다.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득함이었다. 이건 도박이다. 판을 크게 벌려 놓아야 이겼을 때 얻는 것 또한 큰 법이니, 도로 눈을 뜰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무척 정당하게 느껴졌다. 밀레시안이 된 이래 느낄 수 없던 완전한 죽음의 두려움이 어찌나 오랜만인지 반갑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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