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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 마비노기 배포전 <에린으로 가는 문>에서 판매되었던 카즈피네 회지 '파각'에서 이야기 흐름상 삭제한 부분입니다. 해당 회지를 읽지 않으신 분들께는 앞뒤 맥락이 뜬금없거나 네타일 수 있습니다※
태울 것을 다 태운 불길이 사그라지고 있었다. 반신은 잿더미를 헤치기 위해 다가가는 사람들을 등지고 걸어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꼬박 하루 반나절 동안 수습이며 입막음을 위해 동분서주한 뒤였다. 그리고 아발론 게이트에서 꼬박 두 시간이다. 반신은 약식으로 진행되는 장례식의 자리를 지키고 섰다. 제대로 된 기사단의 일원도 아닌 신분으로 참석해도 될지 잠시 고민도 했었지만 털어버렸다. 애도를 표하는 데에 자격을 운운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 생각으로 갈팡질팡하는 것은 피로 때문이다. 반신은 스스로가 지쳤음을 인정했다. 잠도, 섭식도 필요 없는 몸뚱어리지만 휴식은 필요했다. 그녀는 피네의 편지를 받은 이래 쉰 적이 없었다.
조금 걸어 해자 위 다리에 걸터앉아 얼굴을 쓸어내렸다. 바람은 차도 늦은 아침이라 햇살이 제법 따사로웠다. 얄궂기도 하지. 반신은 허리를 쭉 펴고 고개를 젖혔다. 구름 두어 점이 보일 뿐인 하늘이 무척 맑았다. 좋은 날씨였다. 조금 전 태운 불에서 피어오른 연기자락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곧장 피어올라 저 하늘 너머로 사라졌다.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이 시원하게.
얄궂은 사람 같으니.
“저…… 사난사 님.”
걸어오는 발소리를 이미 듣고 있었다. 반신은 호흡 한 번으로 스스로를 정리하고 고개를 내렸다. 알터가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눈가가 벌갰다.
“무슨 일인가.”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목이 메었다. 어린 소년의 배려가 고맙고도 안쓰러웠다. 위로가 필요한 건 오히려 반신이 아니라 그였다. 반신은 앉은 자리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축 처진 어깨를, 자신감과 열정을 담아 늘 당당하게 솟아있던 높이로 추슬러주었다. 알터는 고개를 더 떨어뜨렸다.
“고맙네. 자네도 기운 내야지.”
“……피네 조장님은, 왜 그러셨을까요.”
말끝에 눈물이 함께 떨어진다. 알터는 황급히 볼을 훔쳤지만 한 번 터진 눈물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그는 아예 눈두덩을 팔에 묻어버렸다. 피네의 죽음이 그에게 그렇게 큰 상실이었을까. 깊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녀의 상냥한 미소를 기억하는 이라면 이제 그 웃는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무척 쓰릴 터다. 더구나 그녀의 죽음은 어쩔 수 없었다거나 명예롭고도 홀가분하게 흘려보낼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피네는 자살했다.
“……글세, 막고 싶었네만.”
“사난사 님을 탓하려는 건 아니에요!”
알터는 화급히 두 손을 내저었다. 반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딱히 자책하려는 건 아니었다.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은 늘 나뉘었고, 그녀는 언제나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해왔다. 닿을 듯 놓치게 되는 것들은 무척 많았다. 반신이 살아온 날들은 이제 그런 것들에 크게 휘청이지 않을 수 있을 만큼 길었다. 조금 저릿한 마음도 곧 괜찮아지리라.
“알고 있네. 마음이 조금 좋지 않을 뿐이지.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니 지금은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는 일 외엔 할 게 없어. 그뿐이면 되는 일이네.”
“……네. 맞는 말씀이에요.”
“그런데 그건 뭔가. 내 것인가?”
반신은 알터의 손에 들린 종이에 눈짓했다. 두 번 접힌 편지 같은 것이었다. 봉투에 담겨져 있지 않은 게 의아한 점이었다. 알터는 그제야 본 목적을 떠올리고 반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따라 붙는 설명이 없었다. 무심코 종이를 펼쳐본 반신은 첫 번째 단어를 보자마자 도로 덮었다.
“누가 발견했나.”
“에일레르 조의…… 죄송해요, 이름이 기억 안 나요. 여자였는데…….”
“……아는 자이네.”
공기가 한 층 더 무거워졌다. 태양이 제 무게를 불리고 있는 것 같았다. 반신은 어젯밤 일을 상기했다. 여자는 그녀 옆에서 입을 틀어막고 무너졌었다. 좋지 않은 예감을 부정하고 또 부정하다 맞닥뜨린 광경은 상상도 해본 적 없이 최악이었을 터다. 제대로 다독이지도 못한 것이 이제야 미안했다. 그도 참 어린 아이였는데. 이것을 발견하고는 또 얼마나 울었을까. 가엾게도.
“내가 전하겠네.”
“네, 그게 좋을 거라고 아벨린 조장님도……. 어디 계신지는 아세요?”
반신은 고개만 저었다. 새벽녘 쯤 이 다리를 건너던 뒷모습을 보았던 게 마지막이었다. 이 밖 어딘가 트인 곳에서 피네가 이승을 완전히 떠나는 모습을 보기는 했을 것이다. 돌아오지 않을 길, 배웅은 잘 했을까. 발견할 당시가 그 모양이었으니, 이별은 혼자 하고 싶었을 법도 했다. 잘 보냈으면 좋으련만. 아무래도 걱정스러웠다. 알터가 같은 걱정을 입밖으로 내었다.
“카즈윈 조장님이 제일 걱정이네요……."
“……강한 자일세. 괜찮을 거야.”
알터는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신은 그를 한 번 더 추슬러주고 돌아섰다. 손에 쥔 종이가 땀이라도 먹을까 두려워 허리춤에 꽂았다. 어디 있을까, 편지 배달부의 일은 여러 번 해보았지만 망자의 것을 전하기는 또 처음이었다. 그녀는 읽어버리고 만 첫 문장을 잊으려 애썼다.
카즈윈, 이 편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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